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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꽃시장 그리고 85분의 퇴근길

PaperC 2018. 4. 5. 00:22

조금 흐린 날씨에 출근을 하니 대표님께서 봄맞이 꽃을 보러 가자고 하십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기 싫었던 직원인 저와 대표님의 대화입니다.(기억에 따라 적은거라 약간 각색됬을 수 있습니다.)

(직원) 매년 오는 봄인데 갑자기 무슨 봄맞인가요?
(대표님) 화분에 꽃들이 다 죽어서 보기 안좋아!
(직원) 꽃 죽은 지 1년 됐는데요...
(대표님) 그러니까 이 참에 이쁜 꽃들로 다시 심어야지!!
(직원) 가까운 곳에 꽃집이 많이 있던데...배달 시킬까요?
(대표님) 무슨 꽃을 배달을 시켜~ 직접 보고 골라야지!!
(직원) 다 비슷한 꽃...
(대표님) 시끄러~ 빨리 준비해!!
(직원) 네...전에 갔었던 백제화원으로 가시죠
(대표님) 아니야, 양재꽃시장으로 가
(직원) 양재꽃시장이요? 처음 듣는 곳이네요
(대표님) 아니야, 가다보면 알거야!!

이미 정해진 결말을 벗어나고픈 작은 꿈틀거림은 허무하게 끝나고 대표님과 함께 양재꽃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의 설명을 들으며 운전하다보니 양재꽃시장은 정말 제가 잘 아는 곳이었습니다.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부천에 있는 와이프를 만나러 매일같이 지나다녔던 곳이 바로 양재꽃시장이었습니다. 양재동화훼공판장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매번 그 옆을 지나다니기만 했지 꽃시장 안으로 들어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가 너무 좋은 향기와 풍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양재꽃시장에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옆에는 커다랗고 오래된 듯 먼지가 쌓인 비닐하우스가 여러개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를 주차하고 가까운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는 순간
알록달록한 색을 한껏 뽐내며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는 꽃들이 저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생각보다 비닐하우스의 길이가 꽤 길었지만 꽃구경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한참을 구경한 후 산 꽃은 수국




그리고 제라늄




마지막으로 후리지아 입니다.




마지못해 왔던 곳인데 꽃구경을 하니 힐링이 되었습니다. 서프라이즈 힐링타임을 만들어 주신 대표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잠시 있었지만 사무실에서 꽃들을 열심히 분갈이하며 힐링됐던 몸과 마음이 다시 지쳤습니다 ㅋㅋ

하루일과를 마치고 조금 늦은 퇴근을 하며 오전에 짧았던 힐링이 아쉬웠던 저는 걸어서 퇴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가는 퇴근길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문득 궁금해져서 핸드폰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보기로 했습니다.




스톱워치를 켜고 출발한 퇴근길은 새로운 기분이 느껴지면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는 신기한 벤치가 있었는데 이름이 사계절 의자였습니다.


작년 겨울 딱 한번 앉아봤는데 추운날씨에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게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어서 저는 앉기가 힘들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또 한번 앉아보고 싶습니다.

신기방기한 사계절의자가 있는 정류장을 지나 덩굴로 덮인 벽을 지나면​



벚꽃이 활짝 핀 산책로가 나옵니다.
​​



벚꽃이 활짝 핀 길을 걷다가



물가에서 노는 오리 한 쌍을 지나서



개나리가 노랗게 물든 길을 걸으며



날이 저무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핀 도로를 지나 시골길 느낌이 나는 길을 한참 걷다보면



저희 부부의 핫플레이스 파리크라상 키친 올림픽공원점이 나옵니다.​



이 곳은 빵도 맛있지만 해산물(특히 새우)이 들어간 파스타가 진짜 맛있습니다.

파리크라상 키친을 지나 20분 정도를 걸어가니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85분이 걸렸습니다.​




오래 걷긴했지만 양재꽃시장부터 퇴근길까지 하루종일 꽃구경을 해서 그런지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있었던 것입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와는 조금 달랐던 하루의 일과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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